겨울바다를 만나러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제주를 찾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곳에 들렀었지. 차에서 내려 해수욕장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제주의 겨울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와”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물결,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하게 빛나는 그 색감은 볼 때마다 새롭고 신비로웠다. 파도가 잔잔히 밀려와 모래 위에 하얀 거품을 남기고 떠났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흩뜨렸고, 그 차가운 손길이 오히려 마음을 깨우는 듯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걷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는 웃음소리가 바람에 섞여 있었는데, 오늘은 고요 속에 나 혼자였다.배고픔이 슬며시 올라와 근처 식당을 찾았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