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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 10

시드니 여행 5 힐튼 시드니 호텔 / CHEF N WOK / 패디스마켓 / 오페라하우스 뮤지컬 엘프

여행이 점점 끝나가는 게 실감 난다. 어느덧 마지막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슬슬 피곤해지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집에서 쉬고 싶고, 익숙한 밥을 먹고 싶다. 그러다 문득 아쉬움이 스며든다. 더 있고 싶다, 이 햇빛과 바람을 좀 더 느끼고 싶다. 두 마음이 자꾸 부딪힌다. 가방을 싸면서도 손이 망설였다. 오늘은 포시즌스 호텔을 떠나 더 중심가에 있는 힐튼 시드니로 옮겼다. 포시즌스는 며칠간 잘 지냈던 곳이다.조금 낡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풀 하버 뷰를 보며 지냈던 날들이 떠오른다. 힐튼은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신식 느낌이다. QVB가 바로 맞은편이고, 트램 정류장이 문 앞에 있다. 위치가 사기다 싶을 정도였다. 포시즌스에서 지출이 컸던 터라 힐튼은 시티 뷰로 예약했..

카테고리 없음 2025.03.24

시드니 여행 4 시드니 대학교 / 뉴타운 / Macelleria Newtown / 룸서비스

시드니에서 맞는 네 번째 아침이다. 창밖으로 햇빛이 쨍하게 쏟아지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매일 비슷한 날씨인데도 질리지 않는다. 오늘은 조금 일찍 눈을 떴다.호텔 근처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을 사 들고 서큘러키 쪽으로 나갔다. 아침 공기가 상쾌해서인지 발걸음이 가볍다.런닝하는 사람들, 캐리어를 끌며 지나가는 여행객들, 그리고 이른 시간에도 분주한 현지인들. 저마다의 아침을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플랫 화이트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적당히 부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기분을 맑게 한다. 크루아상 한 입을 베어 물자 바삭한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이 단순한 순간이 여행의 묘한 즐거움이다.  오늘은 시드니 대학교로 가기로 했다. 서큘러키에서 조금 ..

카테고리 없음 2025.03.24

시드니 여행 3 오페라하우스 / 하버브릿지 / 왓슨스베이 / 본다이비치 / 크리스마스

오늘은 시드니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당일이다. 뭔가 설렜다.오전에 호텔을 나와 근처 The Rocks Cafe로 갔다. 커피 한 잔과 팬케이크로 브런치를 먹었다. 따뜻한 날씨에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그냥 멍하니 있어도 좋았다. 팬케이크를 자르며 다음 행선지를 생각했다. 딱히 급할 것도 없었다. 서큘러키 근처를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바다와 항구를 눈에 담았다. 적당한 날씨, 저마다의 표정을 짓는 얼굴들. 시드니라는 곳이 이렇게 쉽게 마음을 훔칠 수가 있나 싶었다. 오페라 하우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 묘했고, 저 멀리 하버브릿지가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결국 나도 그중 하나였다.  점심..

카테고리 없음 2025.03.22

시드니 여행 2 Observatory Hill /Alfie’s / 마틴플레이스

오후가 저물 무렵, 나는 야경으로 이름난 Observatory Hill로 발걸음을 옮겼다.포시즌스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주변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걷다 보면 산책이 아니라 시간 속을 떠도는 기분이 든다.경사진 길을 오를수록 사람들의 기척이 점점 선명해진다.  발밑의 아스팔트는 미세한 저항을 주고, 나는 그 저항에 맞춰 숨을 고른다.위에 다다르자 이미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은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노을과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곳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장소라고들 한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파—특히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를 스친다.군집 속에서 평화를 찾는다는 게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 돗자리에 앉거나 누워 바람을 맞는..

카테고리 없음 2025.03.22

시드니 여행 1 아시아나 듀오좌석 /포시즌스 호텔 /QVB 빌딩

겨울에 떠나는 여행은 늘 고민의 연속이었다. 한국의 차가운 공기를 벗어나 휴양지에서 몸을 녹일까, 아니면 유럽의 겨울을 뚫고 낯선 거리를 걸어볼까. 유럽은 한 번 경험해봤기에 안다.무거운 짐과 얼어붙은 손끝, 숨을 내뱉을 때마다 하얗게 피어나는 입김 속에서 버티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그래서 절충안을 찾았다. 호주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겨울이 호주의 여름이라니, 계절을 뒤바꾼 여행은 어떤 맛일까.폭풍 같은 검색 끝에, 처음이라 시드니에 집중하기로 했다. 6박 8일, 시드니라는 낯선 도시로의 여정. 결정의 순간은 단순했지만, 그 뒤에 따라온 설렘은 5년 만의 해외여행을 앞둔 마음을 흔들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조차 새롭게 보였다. 비행기는 아시아나 2층 듀오석을 골랐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3.08

제주여행 5 모닥치기 빽다방 제주공항

어느덧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후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시간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짐을 챙기며 점심을 먹고 공항 근처 카페에 들르기로 마음을 정한다. 호텔 문을 나서며 제주의 공기가 마지막 인사처럼 코끝을 스친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유명한 곳은 피하고 싶었다. 문득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가게가 떠올랐다.조리 과정을 보여주던 화면 속, 손끝으로 반죽을 빚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었다. ‘모닥치기’라는 분식점. 제주 사투리로 ‘여럿이 다 함께’라는 뜻이라는데, 이름처럼 한 접시에 떡볶이, 라면, 튀김, 김밥이 어울려 나오는 곳이다.택시를 타고 가며 기사님이 그 뜻을 알려주셨다.그러더니 곧 넷플릭스 드라마 폭 속았수다의 제주 말뜻—“매우 고생했다”라는 의미—까지 덧붙여 주셨다. 차창 밖으로 ..

리뷰 2025.03.08

제주여행4 육회한집 행복밀

숙소 근처를 배회하며 저녁을 먹을 곳을 찾다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육회한집’.간판 아래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불빛과 왁자지껄한 소리가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카카오맵 평점이 좋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은 가족 손님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로컬 맛집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메뉴판을 보니 그냥 육회비빔밥이 아닌 ‘육회돌솥비빔밥’이 눈에 띄었다. 궁금함에 끌려 착한육회와 육회돌솥비빔밥을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봤다. 제주의 밤이 골목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먼저 나온 육회는 탱글탱글한 빛을 띠며 접시에 놓였다. 간이 적당히 배어 있어 한 점 입에 넣자마자 맥주가 떠올랐다. 주저 없이 맥주 한 잔을 추가했다. 고소한 육회와 차가운 맥주의 첫 모..

카테고리 없음 2025.03.02

제주여행 3 / 함덕해수욕장 / 조림전문점 제주 / 만춘서점

겨울바다를 만나러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제주를 찾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곳에 들렀었지. 차에서 내려 해수욕장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제주의 겨울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와”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물결,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하게 빛나는 그 색감은 볼 때마다 새롭고 신비로웠다. 파도가 잔잔히 밀려와 모래 위에 하얀 거품을 남기고 떠났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흩뜨렸고, 그 차가운 손길이 오히려 마음을 깨우는 듯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걷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는 웃음소리가 바람에 섞여 있었는데, 오늘은 고요 속에 나 혼자였다.배고픔이 슬며시 올라와 근처 식당을 찾았다. 해..

카테고리 없음 2025.03.01

[여행] 제주여행2 / 이후북스 제주 / 클래식 문구사 / 더아일랜드 / 카페단단

배를 채우고 나선 길은 제주 동문시장 근처였다. 발걸음이 닿은 곳은 작은 책방, ‘이후북스 제주’.외관부터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나무 문틀에 살짝 벗겨진 페인트 자국, 그 위로 손때 묻은 간판이 조용히 서 있었다.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외관만 카메라에 담았다.대형 서점의 화려한 진열대에 놓인 베스트셀러 대신, 독립 출판물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낯선 제목과 손으로 그린 듯한 표지들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손끝으로 책등을 쓰다듬으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보이지 않던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아늑한 공기 속에서 책을 집어 들고, 몇 줄 읽다가 내려놓는 순간들이 쌓였다.대형 서점의 북적이는 소란과는 다른, 고요 속에 스며드는 시간이 여기 있었다. 책 위엔 누군가 남긴 감상평과 좋은 글귀가 메모..

리뷰 2025.03.01

[여행]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떠난 제주 여행 / 가성비 좋은 숙소 아스타 호텔 / 제주시청 근처 흑돼지 맛집 시청그때그집

2020년 강릉 여행 이후로, 발걸음이 뜸했던 나에게 제주는 오랜만에 찾아온 바람 같은 시간이었다. 처음엔 경주여행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가본적이 없고, 몇년전부터 황리단길 등 여행 성지가 됐으니깐.오래된 골목을 걷고, 느린 시간을 만끽하며 흙내음 가득한 그곳을 다시 밟고 싶었는데, KTX와 비행기 값이 별 차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제주로 마음이 기울었다.2박 3일, 짧은 일정이라 욕심을 내려놓았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많은 곳을 채우기보다는, 숨을 고르며 나를 돌보는 힐링의 여행을 그리고 싶었다.그래서 숙소도 공항 근처로 찾아보다가 가성비 좋다는 후기가 눈에 띄어 아스타 호텔을 골랐다. 예전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나 한적한 동네의 조용한 숙소에 마음이 갔었다.낡은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

카테고리 없음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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